“여성의 목소리를 직접 모으자”…여성운동 새 흐름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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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은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남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설문조사는 15개 언어로 진행됐으며, 지난 2월 중순 현재 세계 135개국에서 설문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관련 자료 파악이 어려운 러시아에서 설문조사 시작 24시간 만에 2000여명이 참여하는 등 호응이 컸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아프리카의 잠비아, 카메룬, 케냐, 우간다와 미국, 스위스도 설문 참여자가 많은 나라로 꼽혔다.
베치 스콜닉 ‘위민스 마치 글로벌’ 이사회 의장은 최근 세계 개발 관련 온라인 사이트 ‘데벡스’에 기고한 글에서 “오늘날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건 힘을 얻었다는 걸 뜻한다”며 “그런데 성평등과 관련된 자료와 통계는 형편없이 부실하고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로 유엔여성기구가 2019년 연차 보고서에서 밝힌 분석 결과를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유엔의 ‘2030 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위해 설정된 231개 지표 중 성차별 관련 지표가 51개인데, 이 중 전세계가 제대로 관리·파악하고 있는 것은 31%인 16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폭력 관련 지표는 45%가 제대로 관리되어 그나마 상황이 나았지만, 여성의 무임 (가사)노동 관련 자료는 31%만 관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각국이 여성차별 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게을리하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엔여성기구는 자료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위민 카운트’라는 여성 관련 데이터 수집 프로젝트를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하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국도 여성 인권과 관련된 통계자료를 수집해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5년에 한번씩 발표되기 때문에 눈앞의 현실을 곧바로 반영하지 못한다. 글로벌 카운트는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모성보호 단체 ‘흰 리본 동맹’과 인도주의 단체 ‘케어’ 등 몇몇 국제단체와 40여개 풀뿌리운동 단체가 참여해 진행됐다.
이 설문조사의 마지막 질문은 “10년 뒤 여성 인권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 것 같은가?”이다. 이에 대해 한 응답자는 “여성들은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우리는 천천히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10년 뒤 세계는 우리를 ‘경청하고 존중할 존재’로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답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